42. 지폐 한 장의 생애주기, 우리가 잊고 있던 돈의 일생
.광주웨딩박람회 돈은 꼼꼼한 과정을 거쳐 탄생한다. 한국은행이 도안을 결정하고 기획재정부의 승인과 금융통화위원회의 의결을 거치는 과정은, 마치 한 아이가 태어나기 전 부모와 사회가 그 아이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시간과 닮아있다. 경북 경산에 있는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의 제조 공정에서 막 인쇄된 신권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한 아이와 같다. 그러나 이곳에서 지폐는 아직 ‘돈’이라 불리지 못한다. 가치를 부여받기 전의 상태인 ‘제품’이라는 건조한 이름으로 불릴 뿐이다. 그러다 한국은행의 금고 문이 열리고 금융기관을 통해 세상으로 나가는 순간, 비로소 ‘발행’이라는 성인식을 치른다. 본격적으로 세상에 뛰어든 돈은 참으로 부지런한 삶을 산다. 시장 상인의 거친 손바닥에서 고단한 노동의 대가가 되었다가, 부모님의 품을 떠나 타지에서 공부하는 학생의 주머니 속으로 흘러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친구에게 밥 한 끼를 사는 따뜻한 마음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기도의 응답이 된다. 택시 기사님께 건넨 만 원권은 어제 누군가가 병원비로 내고 거슬러 받은 돈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전날에는 할머니가 손자에게 용돈으로 쥐여주신 사랑이었을 수도 있고, 그보다 앞서서는 누군가의 월급날 첫 저녁 소주 한 병의 값이었을 수도 있다. 지폐 위에는 그렇게 사람들의 미안함, 감사함, 간절함 같은 수많은 이야기가 겹겹이 쌓인다. 우리가 낡은 지폐에서 발견하는 ‘손때’는 더러운 먼지가 아니라, 수많은 계절을 건너온 사람들의 삶의 흔적이자 깊이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