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할머니가 손에 꼭 쥐여주시던 천 원짜리
.대구웨딩박람회 기억하는가? 구겨지고 낡아서 거의 찢어질 것 같던 그 지폐를 우리는 소중히 펴서 지갑 깊숙이 넣어두곤 했다. 그 돈으로 무엇을 샀는지는 잊었을지언정, 돈을 건네받을 때의 온기는 여전히 생생하다. 그것이 바로 ‘물리적 화폐’가 가진 힘이다. 단순한 교환 매체를 넘어서 감정과 기억의 전달자가 되는 것 말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이 ‘물리적인 온기’를 잃어가고 있다. 디지털 화면 위에서 전송되는 숫자는 빠르고 편리하지만, 그 안에는 돈을 벌기 위해 흘린 땀방울의 무게나 돈을 건네는 사람의 마음이 담길 온도가 없다. 온도가 사라진 숫자의 시대에 우리는 돈을 손에 쥐는 감각과 그 소중함을 잊어간다. 눈에 보이지 않는 숫자는 쉽게 소비되고 가치는 찰나의 쾌락으로 휘발되곤 한다. 오랜 기간 세상을 떠돌며 소임을 다한 지폐는 결국 다시 한국은행으로 돌아온다. 위변조 여부와 청결도를 살피는 ‘정사(精査)’ 과정을 거쳐, 더 이상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운 것들은 소각되거나 잘게 부서져 생을 마감한다. 평균적으로 만 원권의 수명은 약 4~5년, 오만 원권은 7~8년 정도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지폐 한 장은 수천 명의 손을 거치며 무수한 인연의 매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