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고증과 우연이 빚어낸 영화적 디테일
.평택개인회생 장항준 감독과 제작진은 시대의 공기를 스크린에 담기 위해 미장센과 소품에 심혈을 기울였다. 심현섭 의상감독은 약 500벌의 의상을 직접 제작했는데, 단종에게는 계유정난 이후 상왕 시절 실제로 착용했던 흑색 곤룡포를 고증해 입혔고, 그의 슬픈 처지를 대변하기 위해 흰색과 파스텔 톤의 도포를 활용했다. 배정윤 미술감독은 강원도 기후 특성에 맞춘 너와집을 세트로 짓고, 시멘트 대신 황토로 기왓장을 구워내며 사실감을 극대화했다. 영화의 명장면 중 하나인 엔딩의 ‘노랑나비’와 ‘물장구’ 장면에는 숨겨진 비하인드가 있다. 후반부 엄흥도가 단종을 그리워하는 장면에 등장한 노랑나비는 원래 CG로 처리될 예정이었으나, 실제 촬영 현장에서 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 유해진의 어깨에 앉는 기적이 일어나며 그대로 엔딩에 사용됐다고 한다. 또 단종이 강가에서 손으로 물장구를 치는 마지막 장면은 쉬는 시간 박지훈의 모습을 본 유해진이 “실제 단종이라면 고향을 그리워하며 저렇게 물장구를 치지 않았을까”라고 감독에게 제안하면서 탄생한 결과물이다. 영화는 역사적 뼈대 위에 과감한 상상력을 덧입힌 ‘팩션(Faction)’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영화에서는 엄흥도가 광천골의 ‘촌장’으로 등장해 마을을 위해 유배객을 유치하려 하지만, 실제 역사 속 엄흥도는 영월군 관아 소속의 향리 우두머리인 ‘호장’이었다. 또 영화에서 위압감을 뽐내며 영월에 직접 내려와 단종을 압박하는 한명회의 행보 역시 권력을 상징화하기 위한 영화적 각색일 뿐, 그가 영월을 방문했다는 역사적 기록은 없다.